로마서 9장 14-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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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혜는 은혜입니다.

본문: 로마서 9장 14-18절

찬송: 280장 천부여 의지 없어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의 권리를 맹렬하게 주장하고, 내가 땀 흘려 노력한 만큼 반드시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야만 속이 시원한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밤낮없이 헌신하면 승진으로 보상받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면 나에게도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호의가 돌아와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세상의 주고받는 거래 원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거룩한 신앙생활 안으로 깊이 스며든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내가 하나님을 위해 바친 수많은 시간과 봉사, 그리고 매일 밤 눈물로 드린 간절한 기도가 마치 하나님이 언젠가 반드시 이자까지 쳐서 갚으셔야만 하는 영수증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갈 때가 참 많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더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더 정직하고 바르게 살았으니, 내 사랑하는 자녀의 앞길은 무조건 평탄해야 하고 내 일터의 경제적인 불안과 걱정은 당연히 깨끗하게 사라져야 한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내 삶에 원치 않는 갑작스러운 질병이 찾아오거나, 가장 믿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은 갈등과 배신으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 우리는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향해 참으로 불공평하시다며 깊은 원망과 불평을 쏟아내고 맙니다.
하지만 사도 바울은 우리의 이런 지극히 인간적이고 좁은 계산법을 향해 아주 단호하고 명확하게 선언합니다.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을 하리요 하나님께 불의가 있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롬 9:14)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주인이시며, 우리에게 구원이나 세상의 복을 반드시 지불해야 할 법적인 의무나 빚을 단 1퍼센트도 지지 않으신 분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세상의 공평한 기준과 차가운 법의 잣대대로, 우리가 지은 수많은 이기적인 잘못과 마음속 깊은 미움의 무게만큼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셨다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철저한 절망과 파멸 속에 버려졌어야 마땅합니다. 우리가 오늘 이 상쾌한 새벽에 눈을 뜨고 자유롭게 호흡하며 사랑의 주님을 부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남들보다 조금 더 착하거나 그럴 만한 영적인 자격이 있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이것은 오직 죽어 마땅한 자격 없는 우리에게 거저 쏟아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은혜 때문임을 우리는 철저히 고백해야 합니다.
이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 삶에 임하는 모든 은혜의 주도권이 온전히 하나님의 손에 있음을 더욱 분명히 밝혀 주십니다. "모세에게 이르시되 내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길 자를 불쌍히 여기리라 하셨으니" (롬 9:15) 그리고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운 진리를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선명하게 새겨 주십니다. "그런즉 원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달음박질하는 자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오직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음이니라" (롬 9:16) 우리의 영원한 구원과 무너진 삶의 진정한 회복은, 우리가 얼마나 눈물 흘리며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지, 혹은 우리가 얼마나 피땀 흘려 지치지 않고 달음박질하는지에 결코 달려 있지 않습니다. 내 인생의 모든 회복은 오로지 상처 입고 망가진 우리를 가슴 깊이 불쌍히 여겨 품어 주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긍휼에 온전히 기대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내가 과거에 이룬 도덕적 성취나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헌신의 연차를 내세우는 영적인 거래와 오만을 영원히 십자가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간절한 경고를 무시하고 끝내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자들에게 임하는 가장 무섭고 두려운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그런즉 하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완악하게 하시느니라" (롬 9:18) 여기서 사람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신다는 것은, 하나님이 원래 착하고 선한 사람의 마음속에 강제로 나쁜 마음을 억지로 집어넣으셨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이집트의 교만한 바로 왕처럼 스스로 자신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적인 고집을 고의로 선택한 사람을, 그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 그대로 불쌍히 여기지 않으시고 그냥 묵인하며 내버려 두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은혜의 손길이 내 삶에서 완전히 거두어지고, 내가 원하는 파괴적인 길로 가도록 방치되는 것 자체가 우리 인생에 임하는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심판입니다. 우리는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이나 마음속 양심의 찔림이 내 가슴을 아프게 치고, 잘못된 관계와 숨겨둔 욕심을 즉시 돌이키라 촉구하실 때, 나의 뻣뻣한 고집을 당장 꺾고 통회하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납작 엎드려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알량한 기준과 얄팍한 계산기로 하나님의 깊고 넓은 사랑을 함부로 재단하고 원망하려 했던 모든 교만함을 철저히 회개합니다. 구원은 철저히 무능력하고 매일 쓰러지는 자격 없는 우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 결코 실패하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과 일방적인 사랑의 결과입니다. 내 자녀의 앞날과 불안한 노후의 미래가 캄캄하게 느껴지고, 오랫동안 눈물로 심은 기도의 응답이 내 기대보다 훨씬 더디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결코 쉽게 절망하거나 하나님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거두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 아무런 빚도 지지 않으신 우주의 위대한 창조주께서, 나를 지극히 불쌍히 여겨주셔서 자신의 가장 귀한 생명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 그 십자가의 크신 긍휼을 우리는 오늘 하루도 온전히 믿고 의지합니다. 그 놀랍고 벅찬 은혜의 따뜻한 품 안에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삶의 짐들을 넉넉하게 이겨내며, 세상의 그 어떤 조건도 흔들 수 없는 참된 안식과 영적 평안을 충만하게 누리는 가장 복되고 승리하는 우리의 하루가 되기를 굳게 확신하며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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