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9장 19-2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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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기장이의 주권

본문: 로마서 9장 19-29절

찬송: 308장 내 평생 살아온

만약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법정에 선 어떤 피고인자신의 불행한 양육 환경이나 유전적인 요인을 탓하며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당당하게 항변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니다. 이러한 법정에서의 무책임한 핑계처럼, 우리 역시 내 삶에 나쁜 습관과 영적 게으름을 마주할 때 도리어 하나님을 향해 원망의 화살을 돌리곤 합니다. 나에게 왜 이런 무거운 환경을 주셨는지 불평하고, 내 삶의 모든 연약함과 무너짐이 마치 하나님 때문이라는 듯 거룩한 핑계를 대며 내 죄적 책임을 하나님께 전가하려 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은 죄와 완악함의 책임을 창조주 하나님께 돌리려 하는 이러한 태도는, 하나님 앞에서 피조물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무섭고 교만한 책임 전가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허물과 완악함을 하나님 탓으로 돌리려는 우리의 어리석은 마음을 향해 위대한 창조주의 절대적 권한을 선포합니다.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냐"(롬 9:20) 우주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은 진흙 한 덩이로 귀하게 쓰일 아름다운 그릇도 만드시고 때로는 평범하게 쓰일 그릇도 만드시는 절대적인 토기장이의 주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흙으로 지음 받은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가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의 손길을 향해 감히 손가락질을 하며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불평하며 따져 물을 수 있는 자격은 도무지 없습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삶의 무너짐과 무서운 영적 파멸의 진짜 원인은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택한 고집스럽고 완악한 죄의 뿌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무고한 사람을 강제로 악하게 만들어 파멸로 몰아넣으시는 가혹한 독재자가 결코 아니십니다. 도리어 하나님은 죄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그 어두운 파멸의 길을 바라보시며, 한없는 인내와 관용으로 회개하기를 참아주시는 사랑의 아버지이십니다. "만일 하나님이 그의 진노를 보이시고 그의 능력을 알게 하고자 하사 멸하기로 준비된 진노의 그릇을 오래 참으심으로 관용하시고"(롬 9:22) 내 죄와 허물에 대해 당장 무서운 심판이 임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이 내 죄를 묵인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향한 하나님의 한없는 오래 참으심과 은혜가 여전히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멸망으로 이끄는 주범은 오직 나 자신의 탐욕이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우리를 즉시 진멸하지 않으시고 돌이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한없는 인내로 열어두셨습니다.
이 크나큰 인내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우리를 은혜로 불러주시어, 하나님의 찬란한 영광을 담아내는 보배로운 존재로 다시 빚어주셨습니다. "영광 받기로 예비하신 바 긍휼의 그릇에 대하여 그 영광의 풍성함을 알게 하고자 하셨을지라도"(롬 9:23) 본래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없는 허물 많은 자들이었지만, 하나님은 아무런 대가 없이 찾아오셔서 놀라운 사랑의 선물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내가 내 백성 아닌 자를 내 백성이라, 사랑하지 아니한 자를 사랑한 자라 부르리라"(롬 9:25) 우리가 오늘 이 상쾌한 아침에 거룩하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나의 착함이나 남다른 자격 때문이 아니라 오직 자비로 불러주신 하나님의 주권적 긍휼 덕분입니다.
세상이 점점 하나님을 멀리하고 각자의 이기적인 욕심을 따라 무너져갈 때에도, 하나님은 오직 은혜의 약속을 굳게 붙드는 신실한 백성들을 이 땅 위에 보존하십니다. "이사야가 이스라엘에 관하여 외치되 이스라엘 자손들의 수가 비록 바다의 모래 같을지라도 남은 자만 구원을 받으리니"(롬 9:27) 우리는 세상의 화려한 세력이나 숫자의 많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오직 주님의 손에 온전히 붙들려 복음의 순결함을 지켜내는 거룩한 남은 자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내 삶이 흔들리고 원치 않는 고난을 만날 때에도 나를 흙으로 반죽하여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빚어가시는 토기장이의 선하신 손길을 끝까지 신뢰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는 내 삶에 임하는 모든 원망과 타인을 향한 불평의 핑계를 십자가 앞에 깨끗하게 내려놓습니다. 내 인생의 미래가 불안하고 당장 눈앞의 일들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도 우주와 내 삶을 정교하게 다스리시는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의 완벽한 지혜를 온전히 신뢰합니다. 보잘것없는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깊은 긍휼의 마음으로 신실하게 다듬어주시는 주님의 따뜻한 손길에 우리 삶 전체를 내어드립니다. 나같이 자격 없는 자를 긍휼의 그릇으로 불러주신 그 놀라운 사랑에 날마다 감사하며,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신실한 남은 자로 승리하는 우리 모두의 복된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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