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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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 위에 세운 신앙

본문: 로마서 10장 1-4절

찬송: 484장 만세 반석 열리니

오래전에 들었던 한 목사님의 간증이다. 그분은 학창 시절, 안상홍 증인회(하나님의 교회)에 빠진 친한 친구의 권유로 어떤 집회에 가보게 되었다. 몇 번 참석하면서 이상하다 싶어 거절하려 했으나, 친구는 딱 한 번만 가주면 다시는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설득했다. 그 부드러운 타협과 안일함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 목사님은 그 이후로 자신이 이단에 빠졌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20대와 30대를 지나 40대가 되기까지,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곳이 진짜 진리라고 믿으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역했고 목회자의 길까지 걸었다.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곳이 이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물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 목사님이 20년 동안 바쳤던 청춘과 사역의 열정, 그 진심은 가짜였을까? 아니다. 그분의 열심은 진짜였다. 그러나 열심의 진정성이 그 길을 진리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바로 이 비극을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있었으나 바른 지식이 없었기에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은 내 열정과 진심에 도취된 맹목적 종교성인가, 아니면 진리 위에 서 있는 참된 신앙인가?
첫째, 바른 지식이 없는 맹목적인 열심은 생명이 아닌 영적 마비에 이르게 한다. 본문 1절과 2절을 보면 바울은 동족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열심은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니라라는 말씀처럼 바른 진리에 기초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바른 지식은 단순히 머리로 기억하는 성경 정보나 교리 지식이 아니다. 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삶에서 인격적으로 만나고 인정하는 온전한 깨달음이다. 내 진심을 신앙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사람은 나 자신을 구원자로 착각하는 영적 착란에 빠진다. 하나님께서 친히 나타내 보여주신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의 자발적인 열정은 아무리 숭고해 보여도 결국 자기 자신을 신으로 모시는 우상숭배에 불과하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며 봉사했는지, 얼마나 진심인가를 내 신앙의 안전판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진리의 말씀에 뿌리내리지 않은 열정은 결국 나 자신과 타인을 영적 마비 상태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늘 겸손하게 말씀의 거울 앞에 나를 비추어야 한다.
둘째, 자기 의를 세우려는 시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거역하는 불순종이다. 3절은 이스라엘의 문제가 단순히 몰라서 생긴 무지가 아니라, 눈앞에 나타난 진리를 보고도 고의로 외면한 책임 있는 거부였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신의 공로와 도덕성으로 자기 의를 세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람이 자기 행위나 도덕적인 선함으로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서려 할 때, 역설적으로 하나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과 다스림에는 복종하지 아니하였느니라라는 말씀처럼 단호히 거부하게 된다. 내 힘과 성취로 나를 증명하려는 종교적 도덕주의는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장 정교한 영적 교만이다. 지금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 "내가 이만큼 오랫동안 헌신하고 기도했으니 하나님도 내 삶에 복을 주셔야 한다"는 공로 의식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타인의 부족함을 바라보며 은근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즉시 회개해야 한다. 내 공로를 증명하려는 허황된 시도를 당장 멈추고, 오직 선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 아래 나 자신을 겸손히 굴복시켜야 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참된 의를 주시는 율법의 마침이다. 본문 4절은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라고 선포한다. 여기서 마침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깊은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 첫째는 종결과 마침이다. 인간을 끊임없이 옥죄고 정죄하던 옛 삶의 질서와 공로주의가 예수님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완전히 끝났다. 둘째는 목적과 완성이다. 구약의 모든 말씀과 언약이 지향하던 궁극적인 목표가 예수님의 완전한 순종을 통해 비로소 성취되었다. 이 놀라운 선물은 모든 믿는 자에게 차별 없이 다가온다. 여기서 믿음은 머리로 관념적인 동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요구를 다 이루신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이자 주님으로 승인하고 받아들이는 실존적인 결단이다. 우리가 누리는 구원의 확신은 나의 불완전한 결단이나 기복 심한 종교적 감정에 기초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객관적인 사건 위에 견고하게 서 있다.
맹목적인 열심은 자아와 종교적 공로를 쌓아 올리지만, 복음의 바른 지식은 나를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한다. 구원은 하나님의 완전한 은혜 안에 있지만, 그 은혜의 말씀 앞에 겸손히 나를 굴복시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오늘 이 아침, 내 진심과 공로로 쌓아 올려 둔 종교적인 모래성을 완전히 허물어뜨리자. 율법의 마침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의 옷을 덧입자. 어렴풋하고 막연한 확신이 아니라, 말씀으로 오늘 나에게 다가오시는 주님과의 분명한 인격적 만남 속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평안과 안식을 누리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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