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5-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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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말씀

본문: 로마서 10장 5-8절

찬송: 200장 달고 오묘한 그 말씀

찬송가 책에 적힌 악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는 아무런 감동이나 은혜가 생기지 않는다. 눈으로 까만 음표와 가사를 읽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가슴이 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입을 열어 목소리로 그 찬양을 부르기 시작할 때, 죽어 있던 노랫말은 비로소 우리의 마음에 뜨겁게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은혜가 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성경 말씀과 새벽예배 시간도 이와 똑같다. 거룩한 책 속에 갇힌 까만 글자를 단순한 종이 위의 지식으로만 남겨 둘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 삶을 뒤흔드는 생생한 사건으로 마주할 것인가? 오늘도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의 문을 연다. 시작하기도 전에 내 힘으로 능력을 증명해 내야 한다는 피로함이 우리의 영혼을 짓누른다.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완벽해져야 겨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무자비하게 종용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생활조차 이러한 무한 경쟁과 증명의 장으로 만들 때가 많다. 내가 더 뜨겁게 기도하고 흠 없이 살아야 비로소 사랑받을 것이라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오늘 본문은 이러한 우리의 고질적인 오해와 영적 피로를 정확하게 짚어 준다. "모세가 기록하되 율법으로 말미암는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 의로 살리라 하였거니와" (로마서 10:5). 이 구절의 핵심은 사람이 스스로 모든 조건과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해야만 비로소 참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백 점짜리 완벽한 행동과 성실함을 보여 주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고단한 삶의 방식이다. 그러나 스스로 단 하나의 허물도 없이 완전해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결코 없다. 내 힘으로 자격을 증명하려는 이 길은 아무리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오르는 일과 같아서, 결국 우리를 깊은 절망과 끝없는 피로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곧바로 완전히 다른 소망의 길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이같이 말하되 네 마음에 누가 하늘에 올라가겠느냐 하지 말라 하니 올라가겠느냐 함은 그리스도를 모셔 내리려는 것이요 혹은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 하지 말라 하니 내려가겠느냐 함은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모셔 올리려는 것이라" (로마서 10:6-7). 우리는 인정을 얻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저 높고 까마득한 하늘로 기어 올라갈 필요가 없다. 또한 우리의 어두운 죄와 절망을 해결하기 위해 음침하고 깊은 바닥으로 내려갈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그 모든 일들을 주님께서 이미 완전히 이루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그분이 친히 높고 높은 자리에서 낮은 이 땅으로 내려오셨고, 우리의 모든 아픔과 죽음의 짐을 짊어지신 뒤 죽음을 뚫고 다시 살아나셨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은 우리의 영웅적인 고행이나 공로가 아니라, 이미 완성되어 공짜로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서만 온전히 열린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사랑과 소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본문 팔 절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선포를 건넨다. "그러면 무엇을 말하느냐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하였으니 곧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이라" (로마서 10:8). 진리는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있지 않다.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스럽게 찾아 헤매야 하는 멀리 계신 분이 아니다. 찬송가를 목소리로 직접 부를 때 생생한 감동이 시작되듯이, 오늘 우리가 읽는 성경 구절 속에, 오늘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작은 메시지 속에 하나님의 말씀은 이미 바짝 다가와 계신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성경 말씀과 예배 시간에 들려오는 설교를 단순한 종이 위의 옛날 이야기나 따분한 도덕 교훈으로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악보 위에 적힌 음표가 찬양의 노래로 타오르듯, 성경의 글자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생생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내 힘으로 삶을 바꾸려 애쓰다 지쳐 누워 있을 때, 주님은 말씀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의 삶 한복판으로 직접 찾아오신다.
오늘 하루, 세상의 눈으로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허무한 발버둥을 내려놓자.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가",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을 진정 받아주실까"라는 불안이 밀려올 때, 하늘이나 깊은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할 필요가 없다. 우리 곁에 이미 선포되어 도달한 은혜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나를 향해 먼저 손 내밀어 주신 그분의 변함없는 사랑을 마음 깊이 수용하고, 우리의 입술로 "주님은 나의 유일한 구원자이십니다"라고 정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이 약속의 말씀을 온전히 붙잡자. 우리의 가정과 일터의 고단한 업무 현장에서, 혹은 참기 힘든 관계의 갈등과 답답함 속에서 우리의 마음에 이미 심겨진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 말씀이 우리의 입술을 통해 신앙으로 고백될 때, 종이 속 문자는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치료하는 놀라운 생명력이 된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삶 한복판에서 말씀으로 찾아와 일하고 계신다. 그 살아 숨 쉬는 하나님의 현존을 온전히 신뢰하며, 오늘 하루도 담대하고 평안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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