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0장 16-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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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다리시는 하늘 아버지
제목: 기다리시는 하늘 아버지
본문: 로마서 10장 16-21절
본문: 로마서 10장 16-21절
찬송: 528장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찬송: 528장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작가 C. S. 루이스는 그의 책 『지옥의 이혼』에서 매우 충격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지옥의 문은 밖에서 강제로 걸어 잠근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인간 스스로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 상태라는 점이다. 하나님이 억지로 가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끝끝내 자기 고집을 부리며 빛 가운데로 나오기를 거부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을 잘 몰라서 믿지 못한다고 핑계를 댄다. 삶이 너무 바쁘고 먹고살기 팍팍해서 그분의 뜻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말한다. 당장 내일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눈앞의 가족 간의 갈등, 직장에서 얽힌 사람과의 문제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 거룩한 부르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의 이러한 모든 핑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오늘 본문 18b절은 분명하게 선언한다. "그 소리가 온 땅에 퍼졌고 그 말씀이 땅 끝까지 이르렀도다." 문제는 전해지지 않은 소식이 아니라, 듣고도 거절하는 완고한 마음이다. 우리는 수많은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으며, 일상의 수많은 순간 속에서 양심의 문을 두드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왜 매일 새벽마다 기도의 자리에 나오면서도 불안과 미움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같은 모습은 말씀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 생각과 내 뜻을 꺾기 싫어하는 고집스러운 거역 때문이다. 내 삶의 주도권을 끝까지 쥐고 흔들려는 옹졸한 자존심이 살아 계신 주님의 음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믿음은 단순히 머리로 지식을 쌓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들려오는 생명의 말씀 앞에 내 모든 계획과 욕심을 무너뜨리는 온전한 굴복이다.
성경은 계속해서 참으로 역설적인 사실을 드러낸다. 자칭 오랜 시간 하나님을 잘 섬겨왔다고 자부하던 이들은 문을 걸어 잠갔지만, 오히려 하나님을 전혀 알지 못하고 찾지도 않던 이들이 먼저 그분의 품에 안겼다. 본문 20절은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자들에게 찾은 바 되고." 이것은 우리에게 뼈아픈 경종을 울린다. 내가 모태에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자랑, 교회에서 오랜 세월 봉사해왔다는 이같은 배경이 도리어 살아있는 하나님을 밀어내는 두꺼운 벽이 될 수 있다. "나는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교만이 우리를 눈멀게 만든다. 하나님의 선물은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깨어지고 자격 없는 존재인지를 처절하게 깨달은 가난한 마음에 거저 주어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고집스럽게 뒤돌아서는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어떻게 반응하시는가? 분노하시며 당장 벼락을 내리치시거나 영원히 등을 돌리고 관계를 끊어버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가장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음성이 바로 21절이다. "순종하지 아니하고 거슬러 말하는 백성에게 내가 종일 내 손을 벌렸노라." 이것은 거역하는 자식을 향해 하루 종일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계시는 부모의 비통한 모습이다. 날마다 말대꾸하고 반항하며 제멋대로 뛰쳐나가는 우리를 향해, 하나님은 결코 팔을 거두지 않으신다. 온종일 지치지 않고 벌리신 그 팔은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양손을 활짝 펴고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온전히 완성되었다. 우리가 하나님을 거절할 때, 주님은 그 거절의 아픔과 찢어짐을 온몸으로 받아내시며 끝까지 우리를 향한 품을 닫지 않으셨다.
이제 우리는 이 끈질긴 사랑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는가? 직장과 일터의 막막한 현실, 혹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깊은 상처와 갈등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가? 그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다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말아야 한다.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 "내 고집이 맞다"며 하나님과 끊임없이 다투던 그 완악한 손을 이제는 온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매일 아침 걱정과 근심을 짊어지고 한숨짓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우리를 향해 종일 팔을 벌리고 계시는 주님의 품 안으로 그대로 달려가 안겨야 한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끝내 복음을 거부하고 차갑게 마음을 닫아버린 가족과 이웃을 바라볼 때도 결코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수없이 거절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종일 손을 펴시는 아버지의 눈물을 품고, 우리 역시 그들을 향해 메마른 손이 아닌 사랑과 긍휼의 손을 끝까지 내밀어야 한다.
지옥의 문은 안에서 스스로 잠근 것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의 품은 밖에서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우리가 거역하고 뒤돌아설 때조차 우리를 부르시는 십자가의 신실한 은혜가 오늘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핑계와 원망을 멈추고, 내 의로움을 증명하려던 모든 헛된 고집을 내려놓자. 그리고 지금 이 새벽에도 우리를 향해 넓은 품을 펴고 기다리시는 그분의 자비 안으로 온전히 뛰어들자. 그 품 안에서 모든 불안이 평안으로 바뀌고, 상한 심령이 회복되는 놀라운 은혜를 풍성하게 누리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