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1장 1-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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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끝까지 지키시는 손길

본문: 로마서 11장 1-10절

찬송: 405장 주의 친절한 팔에

거대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빙산을 바라볼 때,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전체의 십 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구십 퍼센트의 거대한 몸체는 차가운 물밑 깊은 곳에 보이지 않게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십 퍼센트의 작은 모습만을 보고 빙산의 전부를 다 안다고 쉽게 단정한다. 우리의 신앙과 일상의 삶도 이와 똑같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위기, 줄어드는 교회의 통계, 메마른 사역의 현장, 그리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가족과의 갈등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마주할 때, 우리는 마치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은 깊은 절망과 무력감에 빠져든다. 눈에 보이는 실패와 연약함이 내 삶의 전부라고 속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의 얕은 시야에 보이지 않는 저 깊은 곳에서 여전히 묵묵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손길을 바라보라고 분명하게 선포한다.
오늘 본문은 가장 암울했던 시대에 극심한 영적 탈진과 절망에 빠졌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온 나라가 우상 숭배에 빠지고 믿음의 사람들이 핍박을 받아 하나둘 쓰러져 갈 때, 선지자 엘리야는 깊은 외로움 속에서 하나님을 향해 원망 섞인 탄식을 쏟아놓았다. "주여, 그들이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으며 주의 제단들을 헐어 버렸고 오직 나만 남았는데 내 목숨도 찾나이다." 엘리야의 눈에는 오직 십 퍼센트의 황폐한 현실만 보였고, 자신 혼자만 고립되었다는 깊은 두려움과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신적 대답은 인간의 절망과 전혀 달랐다. "내가 나를 위하여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사람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 엘리야는 자신 혼자만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믿음의 정절을 지킨 칠천 명의 사람들을 친히 숨겨두시고 온전하게 지키고 계셨다.
이 놀라운 역사적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극히 명확한 진리를 선포한다. "하나님이 그 미리 아신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아니하셨나니"라는 말씀처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약속은 인간의 연약한 실패나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은 이어서 장엄하게 선언한다. "그런즉 이와 같이 지금도 은혜의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 오늘 우리가 거룩한 믿음의 자리에 서 있고 세속의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성품이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종교적인 열심과 노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오직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값없는 선물 덕분이다. 만일 우리의 착한 행위나 종교적 자격으로 구원의 생명을 얻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저 주시는 선물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자신의 신앙 경력이나 봉사의 업적을 스스로의 의로움으로 자랑하던 이들은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져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랑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가진 익숙한 종교적 특권이 도리어 영적인 눈을 가리는 치명적인 덫이 된 것이다.
이 진리의 말씀은 오늘날 치열하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무게를 정면으로 비춘다. 직장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 애쓰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고 고립될 때, 가정 안에서 나 혼자만 모든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 같아 억울함이 밀려올 때, 취업과 진로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내일의 삶이 캄캄해질 때, 우리는 쉽게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라는 고독한 탄식에 빠진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빙산의 무게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바다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자리에서 여전히 우리를 붙들고 계신다. 내 시야에는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믿음의 동역자들과 선한 도우심의 손길이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는 험한 세상에 홀로 버려진 외로운 패배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한 주권으로 보호받는 은혜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눈앞의 암담한 형편에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낙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 좁은 지식과 세상적인 수단으로 내일을 개척하려는 교만한 마음을 겸손히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실하게 일하시는 주님의 거룩한 섭리에 우리의 온 인생을 맡겨야 한다. 비록 현실이 거칠고 사방이 꽉 막힌 것처럼 보여도, 결코 자기 백성을 포기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돌보심이 지금 이 새벽에도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절망의 파도를 바라보며 흔들리지 말고, 그 깊은 바다 밑에서 거대한 은혜의 물줄기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굳게 붙잡아야 한다. 우리가 바로 그 영원한 사랑 안에서 끝까지 안전하게 지켜지는 남겨진 믿음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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