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든 신과 하나님

사도행전 강해  •  Sermon  •  Submitted   •  Prese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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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손으로 만든 신과 하나님

본문: 사도행전 19장 23-27절

찬송: 314장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말씀의 문을 열며

세상에는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참으로 기묘하고 기막힌 인간의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뛰어난 조각가가 산에서 단단한 돌을 캐오거나 값비싼 은을 녹여 몇 달 며칠 동안 정성껏 형상을 깎아 만듭니다. 정교하게 눈을 새기고, 귀를 다듬고, 화려한 옷자락을 덧입힙니다. 그런데 그 작업이 끝나는 순간, 그 위대한 예술가는 정작 자신이 땀 흘려 만든 그 차가운 돌과 금속 덩어리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자신의 생명과 자녀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간절히 빕니다. 자기가 만든 물건을 도리어 자기를 지켜줄 신으로 떠받드는 이 기막힌 역설이 인류의 역사 내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본문에 등장한 에베소의 은세공업자 데메드리오와 도시 사람들의 모습이 정확히 그러했습니다. 당시 에베소 한복판에는 세상에서 가장 웅장하다고 자랑하던 거대한 아데미 신전이 서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손바닥만 한 은 신상 모형을 집에 고이 모셔두며 복을 빌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머리에서 구상하고 손끝으로 빚어낸 은 신상을 향해 큰 소리로 찬양하며 미래의 안전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섬긴 것은 하늘의 신이 아니라, 실상은 자기 자신의 손재주였고 그 신상을 통해 벌어들이는 풍족한 생활과 기름진 수익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 주간 내 마음이 진정 무엇을 의지하고 있었는지 조용히 돌아보기를 원합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미래의 안전을 지키고자 애쓰다 보면,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과 세상의 조건에 마음을 기대기 쉽고, 때로는 살아 계신 하나님마저도 내 안락과 욕망을 채워줄 편리한 수단으로 바라보려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에 불과한 눈앞의 물질은 우리 인생의 진정한 피난처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예배하고 온전히 신뢰해야 할 유일한 대상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온 세상을 지으시고 우리 삶을 가장 선하게 인도하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십니다.

손으로 만든 헛된 우상

바울이 에베소 한복판에서 도시의 거대한 기득권을 향해 던졌던 폭탄과 같은 선언은 본문 26절에 아주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바울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고 담대하게 선포했습니다.
가만히 묵상해보면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고 당연한 이치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인이 값비싼 은을 녹여 눈부신 형상을 빚어낸다 한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좁은 머리와 손끝에서 나온 차가운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은 세공 장인이 아데미 신상에 그럴듯한 눈을 달아놓아도, 그 차가운 눈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홀로 흘리는 우리의 서러운 눈물을 전혀 보지 못합니다. 귀를 정교하게 파놓아도, 그 막힌 귀는 우리가 가슴을 쥐어짜며 토해내는 깊은 신음과 간절한 기도를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풍요를 약속하듯 화려한 장식을 아무리 덧입혀 놓아도, 갓난아이에게 생명의 젖 한 방울 건네줄 힘이 없습니다. 생명이 없는 죽은 물질은 사람에게 결코 참된 생명과 평안을 건네줄 수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형상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구원하기는커녕, 스스로 움직일 힘조차 없어 세월의 흐름 속에 부서지고 먼지 속에 묻힐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인간의 머리나 손에서 출발한 분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과거 광야의 불붙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에게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알리실 때, “나는 스스로 있는 자”(출 3:1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누군가 만들어주어야 비로소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처음부터 스스로 계셨고, 그 누구의 도움이나 재료 없이 오직 말씀 하나로 온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참된 창조주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도 당신의 어떤 형상도 보여주지 않으셨고, 인간의 좁은 생각이나 눈에 보이는 신상 안에 결코 갇히실 수 없는 거룩한 영이십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유한한 형체가 없으시기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이 자리, 지친 마음으로 엎드린 우리 각자의 마음 중심에 가장 가까이 찾아오십니다. 우리에게 눈을 만들어주신 분이기에 우리가 겪는 말 못 할 슬픔과 고통의 자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다 보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귀를 만들어주신 분이기에 입 밖으로 차마 내뱉지 못한 가슴속 깊은 탄식까지 다 듣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동안 눈에 보이는 물질의 풍요나 사람의 힘을 신처럼 떠받들며 흔들리던 연약한 마음을 겸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것들은 내 삶의 호흡이 멎는 순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유한한 피조물에 불과합니다. 오직 우리를 지으시고 숨결을 불어넣어 주신 스스로 계신 창조주 하나님만이 우리의 유일한 반석이시요 영원한 피난처가 되십니다.

거룩한 가면 뒤의 탐욕

에베소의 은세공업자 데메드리오가 그토록 격렬하게 바울을 대적하고 사람들을 선동하여 도시 전체를 거센 소동에 빠뜨린 데에는 아주 분명한 숨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본문 25절을 보면 그의 진짜 속마음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는 동료들을 불러 모아놓고 “여러분도 알거니와 우리의 풍족한 생활이 이 생업에 있는데”라고 아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데메드리오는 겉으로는 자신들이 섬기는 여신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거대한 신전이 무시당하는 것을 걱정하는 척했습니다. 아주 거룩하고 종교적인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던 풍족한 생활과 물질적 번영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에 분노한 것입니다. 그들에게 아데미 신전과 여신상은 진정한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안락함을 지키기 위한 편리한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종교라는 그럴듯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숭배한 것은 다름 아닌 탐욕과 돈이었습니다.
이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깊이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내 삶의 참된 주인으로 모시기보다, 나의 성공과 안락한 삶을 얻어내기 위해 하나님을 편리한 도구로 이용하려 했던 이기적인 태도를 정직하게 직면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헌신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남들보다 더 넉넉하게 살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만을 신앙의 목적처럼 여기고 있다면, 우리 역시 에베소의 은장색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풍요만을 좇는 길은 결국 자만과 자멸로 끝나는 넓은 길에 불과합니다.
진짜 신앙인은 세상의 번영을 우상 삼아 자신의 기득권만을 움켜쥐려는 이기적인 삶을 살지 않습니다. 참된 성도는 세상 속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하지만, 내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이익마저도 연약한 이웃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하늘의 모든 영광과 권리를 내려놓으시고 십자가에서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내 욕망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온전히 내어드리는 거룩한 순종이 될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참된 사랑과 공의를 보게 됩니다.

말씀의 문을 닫으며: 참된 하나님을 품는 삶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2천 년 전 세상을 호령하던 에베소의 거대한 신전과 화려한 은 신상들은 오랜 세월 속에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모든 화려함은 결국 흙먼지로 돌아갈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지으시고 지금도 우리를 품고 계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의 다스림은 영원합니다.
이제 우리 마음의 방을 정직하게 청소해야 합니다. 내 안락함과 미래의 안정을 위해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고 있던 물질과 인간적인 배경이라는 우상을 과감하게 깨뜨려 버려야 합니다. 거룩한 종교적 열심 뒤에 슬그머니 숨겨두었던 나의 욕망과 이기심을 십자가 앞에 겸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단순히 세상에서 남부럽지 않게 풍족해지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살아 계신 창조주 하나님 그분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거룩한 고백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내게 주신 오늘에 감사하고 족함을 누리는 삶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복된 길입니다.
남은 한 주간, 내게 주어진 일터와 가정에서 나의 기득권을 나누고 이웃을 섬기는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세상 속에 증명하는 복된 성도의 삶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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