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2장 9-16절
Notes
Transcript
제목: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제목: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본문: 로마서 12장 9-16절
본문: 로마서 12장 9-16절
찬송: 503장 세상 모두 사랑 없어
찬송: 503장 세상 모두 사랑 없어
매일 아침 우리의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인사말과 예쁜 그림들이 쏟아진다. 서로 안부를 묻고 좋은 글귀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한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예의 바르고 아무런 갈등이 없어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이 바닥을 치고 가슴이 무너져 내릴 때, 체면을 다 내려놓고 마음속 깊은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관계는 과연 몇이나 될까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상처받기 싫어서, 혹은 남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예의 바른 무관심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오늘 본문은 이런 안전하고 피상적인 관계 속에 머물러 있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준엄하게 묻고 있다.
"사랑에는 거짓이 없나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속하라" (롬 12:9). 이 말씀은 가장 먼저 우리에게 얼굴에 쓴 가식의 가면을 벗어버리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겉으로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판단하고 미워할 때가 너무나 많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혹은 내 진짜 모습을 들키면 사람들이 떠날까 봐 두려워서 마음을 꽁꽁 숨긴 채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진정한 사랑은 이런 포장된 위선을 악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끊어내는 것이다. 내 의지나 결심만으로는 이 단단한 껍데기를 스스로 깰 수 없다. 오직 십자가를 바라볼 때만 가능하다. 자격 없는 우리를 살리시려고 하늘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십자가에서 발가벗겨진 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그 크고 놀라운 사랑 앞에 설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부풀리거나 숨기는 일을 멈출 수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 그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경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적당히 포장된 관계를 벗어던지고 진실하고 투명한 사랑의 자리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바울은 이어서 우리를 향해 영적인 가족으로서 끈끈하게 사랑할 것을 강력하게 권면한다.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 (롬 12:10-11). 교회는 단순히 일주일에 한 번 스쳐 지나가며 인사 나누는 친목 모임이 아니다. 예수님의 피로 맺어진 진짜 가족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와 성격이 맞지 않아서,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경제적인 형편이나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살아간다. 우리의 메마른 감정만으로는 이 거대한 장벽을 결코 허물 수 없다. 내 안에서 뜨겁게 끓어오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해야 한다. 하늘로부터 부어지는 그 능력이 내 마음을 채울 때, 우리는 머리로만 하는 사랑을 넘어 누군가의 텅 빈 냉장고를 채워주고, 절망에 빠진 이의 굽은 등을 다독여주는 구체적인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게 된다.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 (롬 12:13)는 말씀은, 바로 이 뜨거운 마음이 나의 지갑을 열고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는 손과 발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진짜 사랑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진짜 사랑은 나의 높은 마음을 다 내려놓고 누군가의 밑바닥 삶 속으로 기꺼이 내려가는 철저한 낮아짐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롬 12:15). 다른 사람이 성공했을 때 내 일처럼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것, 또 누군가 고통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때 외면하지 않고 그 곁에 묵묵히 머물며 함께 눈물 흘려주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늘의 빛나는 보좌를 뒤로하고 냄새나고 비참한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직접 찾아오셔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신 예수님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실 때만 가능한 일이다.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롬 12:16). 지금도 우리 주변과 교회 안팎에는 세상의 기준에서 소외되고 눈에 띄지 않아 홀로 외롭게 우는 연약한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안락함을 과감히 깨뜨리고,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그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우리의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늘 이 새벽, 우리의 굳어진 마음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예의 바른 무관심으로 포장하여 나의 안위만 챙기려 했던 이기적인 모습들, 남을 판단하면서도 겉으로는 사랑하는 척했던 우리의 위선들을 십자가 앞에 남김없이 쏟아놓고 철저히 돌이키자. 우리가 먼저 나를 살리신 그 깊고 넓은 사랑에 온전히 젖어들 때, 우리의 가정과 일터, 그리고 이 교회 공동체 안에는 가식 없는 진짜 사랑이 눈부시게 피어날 것이다. 시기심과 교만을 버리고 아파하는 자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함께 울어주는 사랑, 내 삶의 자리를 내어주어 누군가를 살리는 이 불편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좁은 길로 오늘 하루도 힘차게 걸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