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8-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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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율법의 완성자가 됩시다

본문: 로마서 13장 8-10절

찬송: 22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

로마 제국 시대의 무서운 법과 세금 징수관들의 가혹한 횡포 속에서 사람들은 국가에 바칠 세금과 관세는 단 1원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바쳤다. 만약 법을 어기거나 세금을 떼먹으면 가혹한 채찍과 무서운 감옥, 심지어 칼날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 교회의 성도들도 세상 권력의 형벌이 두려워 나라에 진 빚은 한 푼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갚았다. 그러나 그들의 가정과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겉모습과 전혀 달랐다. 출신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손가락질하며 차갑게 등을 돌렸고, 마음의 문을 닫아걸어 냉랭한 침묵만 흘렀다. 세상 법을 지키고 세금만 성실히 내면 신앙인의 책임을 다했다고 안심하는 착각이 그들 안에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바울은 우리의 양심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우는 준엄한 명령을 던진다. 세상 정부에 바칠 세금 빚은 무서워 벌벌 떨면서, 어찌하여 하늘 아버지께 거저 받은 크고 놀라운 사랑의 빚은 태연하게 미루고 있느냐는 외침이다. 바울은 단호하게 말한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롬 13:8). 세상의 모든 금전적 빚은 지체 없이 깨끗하게 갚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지만, 곁에 있는 이웃을 아끼고 돌보는 책임만큼은 평생토록 갚아나가는 거룩한 빚진 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평생 동안 지체와 이웃에게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가 먼저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은혜를 거저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메마른 힘과 보잘것없는 노력으로는 도저히 씻을 수 없던 허물과 악함을 덮으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자신의 온 생명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그 대가 없는 희생 덕분에 우리는 영원한 멸망의 수렁에서 건짐을 받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남을 함부로 정죄하거나 대접만 받으려는 채권자의 완장을 찰 자격이 애초에 없다. 배우자나 자녀, 또는 교우를 바라보며 너는 나에게 왜 이것밖에 해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섭섭함의 청구서를 당장 찢어버려야 한다. 대신 내가 주님께 목숨을 거저 빚진 자인데 당신에게 아직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했다는 진실한 부채 의식을 품어야 마땅하다.
바울은 이 사랑이 어떻게 구체적인 삶으로 드러나야 하는지 옛 계명들을 들어 밝힌다.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롬 13:9). 오늘날 많은 이들이 교회에 다니면서 그저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사기 치지 않고, 조용히 내 앞가림만 잘하면 올바른 성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울은 곧이어 결정적인 진리를 선언한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롬 13:10).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태도는 성도가 지켜야 할 가장 낮은 바닥의 출발선일 뿐이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해서 이웃을 참으로 사랑한 것이 결코 아니다. 차가운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지체의 외로움과 고통을 모른 척 지나치는 것은 결코 하나님 보시기에 의로운 삶이 될 수 없다. 참된 사랑은 누군가의 메마른 눈물과 찢긴 상처를 향해 내 손과 발을 먼저 내어주는 적극적인 섬김과 나눔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성경은 분명하고 힘차게 선언한다.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롬 13:8). 그렇다면 오늘 우리 삶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늘 사랑하고 섬기는 일을 내일로 미룬다.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면, 상한 기분과 자존심이 회복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잘해주겠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의 미루기를 거듭하는 사이, 소중한 사람들의 영혼은 회복하기 힘든 절망으로 바싹 말라붙는다. 화해의 때를 미루다 영영 놓쳐버릴 수도 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은혜의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게으름을 벗어던지고 사랑을 유예하는 태만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오늘 이 새벽, 마음속 사랑의 부채 장부를 정직하게 펼쳐보자. 섭섭하다는 이유로 밀쳐두었던 가족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먼저 건네고, 홀로 쓸쓸히 지내는 이웃에게 따스한 밥 한 끼를 대접하며, 마음이 상해 서먹해진 교우에게 먼저 다가가 평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 사랑의 작은 빚을 신실하게 갚아나갈 때, 차가운 규칙의 껍질을 깨고 하나님의 참된 뜻이 우리 삶 속에 온전히 피어난다. 우리 모두가 거저 받은 사랑의 영원한 빚진 자로서 오늘 당장 이웃을 품고 섬겨 참된 율법의 완성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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