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3장 11-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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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로 옷 입는 새벽
제목: 그리스도로 옷 입는 새벽
본문: 로마서 13장 11-14절
본문: 로마서 13장 11-14절
찬송: 350장 우리들의 싸울 것은
찬송: 350장 우리들의 싸울 것은
이른 새벽 어스름을 뚫고 일어나 예배의 자리에 나오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피곤에 지친 육체는 조금만 더 침대에 누워 쉬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끊임없이 우리 마음에 불어넣는다. 머리맡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도 손가락으로 손쉽게 알람을 끄고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도 이와 매우 닮아 있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이 밝아오고, 오늘 지나면 또다시 똑같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안도감은 우리 영혼에 깊은 최면을 건다. 끝없는 일상의 분주함과 미래를 향한 불안에 쫓기다 보면, 우리는 영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여유를 잃어버리고 그저 하루하루를 무감각하게 버텨내듯 살아간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평범한 나날들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끝을 향해 쉬지 않고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성경은 세상의 나태한 잠에 깊이 빠져 있는 우리를 향해 준엄하게 선언한다.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롬 13:11). 이 외침은 우리 영혼의 귓가를 사정없이 흔들어 깨우는 거룩한 비상경보와 같다. 세상의 시간은 언제나 똑같은 궤도를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결산하시고 온전히 회복하실 약속의 날은 지금도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예수님을 처음 믿고 영접했던 그 시절보다 오늘 우리는 주님 앞에 서게 될 영광스러운 순간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서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나태한 생각을 단호히 버리고, 우리 영혼을 덮고 있는 무거운 이불을 힘차게 걷어차고 일어나야 한다.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만이 다가오는 새 날의 참된 기쁨을 온전히 누린다.
우리가 마주하는 어둠의 세상은 이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롬 13:12). 깊은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쳐 오듯이, 죄악과 상처로 얼룩진 이 세상의 밤은 이미 끝나가고 주님의 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은 잠자리에서 뒹굴며 입었던 구겨진 잠옷을 더 이상 걸치고 있지 않는다. 낡고 더러워진 옷을 벗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깨끗한 옷으로 단장하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 역시 어두운 세상의 유혹과 타성에 젖어 살아왔던 지난날의 낡은 생활 습관을 미련 없이 벗어 던져야 한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벗어버려야 할 낡은 옷의 실체를 분명하게 밝힌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라"(롬 13:13). 흔히 사람들은 세상의 거친 방탕이나 음란한 행동만을 심각한 죄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툼과 남을 미워하고 질투하는 시기 또한 똑같이 추악한 어둠의 일이라고 엄히 지적한다. 가정과 일터에서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내뱉는 날카로운 말 한마디,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마음속으로 품는 은밀한 질투는 우리 영혼을 좀먹는 시커먼 때이다. 이러한 더러운 누더기를 걸치고서는 결코 하나님의 환한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다.
성경은 어둠을 벗어버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단호하게 명령한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4). 예수님으로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 혈기와 모난 성격을 내려놓고 주님의 온유하심과 거룩하신 인격을 내 삶의 겉옷으로 삼는 거룩한 결단이다. 또한 죄를 지을 환경과 기회를 미리 머릿속으로 궁리하고 계산하는 행동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태도를 뜻한다. 쇠꼬챙이에 걸린 고기처럼 죄의 유혹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죄가 싹틀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사전에 뿌리 뽑아야 한다. 내 의지와 결심은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지만, 우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시는 예수님의 은혜는 능히 세상을 이기게 만든다.
오늘 새벽 제단을 쌓는 우리는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흩어지기 전 영적인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는다. 일터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동료나 가정에서 내 마음에 섭섭함을 안겨준 가족을 만날 때, 감정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 안는다. 내가 먼저 자존심을 꺾고 온유함의 손을 내밀 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가 술술 풀리고 그 자리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한다. 우리는 지나가는 흑암의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라, 밝아오는 하늘의 새 아침을 살아가는 거룩한 백성이다. 오늘 하루 우리 모두가 어둠의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세상 한가운데서 당당하고 거룩하게 살아가는 빛의 자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