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4장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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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넉넉한 품으로 품어주는 신앙의 본

본문: 로마서 14장 1-3절

찬송: 449장 예수 따라 가며

젊은 시절 우리 품에 첫아이를 안았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이 서툴렀고 두려웠다. 동네 어른들의 매서운 호통과 남들의 시선에 매여 늘 마음을 졸이며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흙장난이라도 치면 남부끄럽다며 거칠게 손을 털어내고 야단을 쳤다. 작은 열이라도 오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밤새 호들갑을 떨며 전전긍긍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이웃의 양육 방식을 곁눈질하며 속으로 수없이 비판하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머리에 흰 서리가 내리고 손주를 품에 안은 지금 우리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아이가 옷에 흙을 묻히고 넘어져도 그저 툭툭 털어주며 넉넉한 웃음으로 바라본다. 밥을 바닥에 흘리고 심한 투정을 부려도 내 품에 안겨 숨 쉬는 그 생명 자체만으로 눈물겹게 사랑스럽다. 연륜이 쌓이면서 엄격한 규칙이나 남의 눈치보다 사람의 존재 자체를 더 귀하게 여기는 넉넉한 품을 배운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바로 이러한 성숙의 걸음을 걸어가야 한다.
오래전 초대 로마 교회 안에서도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잣대 때문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났다. 성경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증언한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먹을 만한 믿음이 있고 믿음이 연약한 자는 채소만 먹느니라” (롬 14:2). 어떤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힘입어 시장에서 파는 모든 음식을 거리낌 없이 감사함으로 먹었다. 하지만 오랜 종교적 관습에 익숙했던 다른 성도들은 시장의 고기가 우상의 제단에 바쳐졌던 부정함을 품었을까 염려하여 오직 채소만 먹었다. 문제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 채소만 먹는 형제들을 보며 속이 좁고 미숙하다고 속으로 비웃으며 업신여긴 점이다. 성경은 이러한 영적 교만을 분명하게 꾸짖는다. “먹는 자는 먹지 않는 자를 업신여기지 말고” (롬 14:3). 내가 가진 성경 지식과 신앙의 자유는 남을 내리깔아 보는 영적 계급장이 아니다. 나의 앎과 경험이 다른 형제를 마음속에서 하찮게 지워버리는 폭력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반대로 엄격하게 채소만 먹으며 철저히 절제하던 이들의 마음에도 커다란 독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형제들을 곁눈질하며 저들은 세상에 물들었고 하나님을 향한 경건함이 결여되었다고 손가락질했다. 자신들이 지키는 종교적 규율과 금식의 열심을 심판대 위에 올려놓고, 자유를 누리는 형제를 피고인으로 세워 날마다 정죄했다. 사도 바울은 이들의 왜곡된 열심을 향해서도 엄중하게 경고한다. “먹지 않는 자는 먹는 자를 비판하지 말라” (롬 14:3). 우리의 오랜 헌신과 눈물의 기도, 과거의 희생이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난도질하는 서슬 퍼런 칼날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형제를 마음의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내릴 권리는 우리에게 전혀 없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왜 형제를 업신여기거나 심판해서는 안 되는지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를 선포한다. “이는 하나님이 그를 받으셨음이라” (롬 14:3). 여기서 하나님의 받으심은 우리 신앙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거대한 은혜의 사건이다. 하나님께서는 조건 없이 당신의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주심으로 아무런 공로 없는 우리를 자녀로 맞아주셨다. 주님께서는 고기를 먹는 자도 당신의 식탁으로 품으셨고, 채소를 먹는 자도 동일한 사랑으로 안아주셨다. 우주의 참된 주인이신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이미 피 값으로 사서 품어주신 사람을, 한낱 먼지에 불과한 우리가 감히 배척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 앞에서는 우리가 평생 동안 쌓아 올린 종교적 공로도, 인간이 만든 도덕적 잣대도 모두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서신을 시작하며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 (롬 14:1). 신앙의 연수가 더해지고 머리에 흰 머리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입을 닫고 가슴을 활짝 열어야 한다. 본질적인 구원의 진리가 아니라면 사소한 관습이나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를 두고 삿대질하며 얼굴을 붉히지 말아야 한다. 우리보다 서툴고 부족해 보이는 젊은 세대나 신앙의 후배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날카로운 지적과 잔소리를 내려놓는다. 그 대신 묵묵히 기도의 자리를 지키며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너그러운 어버이의 품이 되어준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참된 영적 권위는 남을 향한 엄격한 훈계에서 결코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저 형제도 이미 당신의 귀한 자녀로 받으셨음을 신뢰하며, 말없는 순종과 신실한 삶으로 사랑의 본을 보이는 거룩한 성도가 된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 안에서 서로를 귀하게 품어주는 복된 우리 모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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