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15장 5-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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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령 안에서 하나 됨
제목: 성령 안에서 하나 됨
본문: 로마서 15장 5-13절
본문: 로마서 15장 5-13절
찬송:
찬송:
작년 시찰회 친목회 때 장로님들 모시고 강진의 가우도에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다. 아름다운 출렁다리를 건너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안 둘레길을 따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섬을 한 바퀴 천천히 도는 참으로 즐거운 일정이었다. 모인 사람마다 평소 체력과 걷는 속도에 편차가 있어서 각자 이동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모습이 참으로 제각각이었다. 이때 체력이 좋고 걷기 빠른 사람이 자기 속도만 고집하며 훌쩍 앞서가 버리면 뒤처진 일행은 지치고 마음이 상하게 된다. 진정한 여행의 기쁨은 걸음이 느린 사람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추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이끌어 주며 함께 걷는 데 있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은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함께 걷는 사람들과 웃는 순간에 완성된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완전히 똑같다. 내 믿음의 속도만 고집하지 않고 연약한 지체의 보폭에 기꺼이 내 삶을 맞추어 주는 것, 그것이 참된 신앙의 동행이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나눈 말씀을 통해 굳센 믿음을 가진 사람이 감당해야 할 의무에 대해 들었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롬 15:1). 우리가 이 이타적인 부르심을 온전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내 결심이나 노력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약한 인간의 다짐은 작은 오해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고 절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본문은 우리가 어떻게 이 다름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하나 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준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마주할 때 세상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특별한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인내와 위로의 하나님이 너희로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아 서로 뜻을 같게 하여 주사 (롬 15:5).
교회가 진정으로 하나 되는 것은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억지로 의견을 맞추거나 적당히 타협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 입은 우리 영혼을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 마음에 부어주시는 놀라운 은혜의 선물이다.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가 튜닝을 할 때 옆 사람의 소리에 맞추지 않고 오직 기준이 되는 악기의 한 음표에 모두가 집중하듯 우리가 서로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다 함께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내 경험의 잣대로 상대를 비판하기 전에 즉시 판단을 멈추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하나 된 마음을 간절히 구해야 한다. 침묵 속에서 나를 향한 그 크신 사랑을 묵상할 때 비로소 닫혔던 눈이 열린다.
본문은 이어서 아주 강력한 어조로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심과 같이 너희도 서로 받으라"(롬 15:7) 고 명령한다. 여기서 상대를 받는다는 것은 그저 마지못해 곁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를 내 삶 안으로 깊이 끌어안고 진심으로 환대하는 능동적인 행동을 뜻한다. 우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서로를 품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다. 예수님께서 아무런 자격 없는 우리를 먼저 품어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착하고 말 잘 듣는 사람만 고르지 않으셨다. 흠 많고 상처투성이이며 죄로 얼룩진 우리를 대신해 무거운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를 넉넉히 받아주셨다. 이 거룩하고 압도적인 은혜를 먼저 경험한 우리는 마땅히 넓은 마음으로 곁에 있는 지체의 연약함을 품어야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내 시력이 아니라 십자가라는 은혜의 안경을 단단히 고쳐 쓰고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수없이 넘어지고 부족할 때 주님이 나를 끝까지 안아주셨듯 저 사람 역시 예수님께서 고귀한 피를 흘려 살리신 참으로 소중한 가족임을 매 순간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연약한 우리의 힘만으로는 껄끄러운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거나 공동체의 평화를 완벽하게 지켜낼 수 없다. 우리의 인내는 늘 한계가 있고 우리의 결심은 작은 오해 앞에서도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본문은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롬 15:13) 고 덧붙인다. 헛된 내 힘을 완전히 빼고 하나님의 영이 마음껏 일하시도록 삶의 자리를 내어드려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의 연약한 모습이나 관계의 갈등을 발견할 때 그것을 결코 뒤에서 나누는 불평의 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올 때마다 오히려 우리의 닫힌 마음을 부드럽게 깨뜨려 잃어버린 기쁨과 평강을 회복시켜 주시는 성령님께 간절히 엎드려 매달려야 한다. 모든 다름을 뛰어넘어 온전한 하나 됨을 이루는 우리 공동체의 눈부신 모습이 갈라지고 찢겨진 이 세상에 진정한 내일의 빛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거룩한 표적이 된다. 아무런 자격 없는 우리를 조건 없이 안아주신 예수님의 위대한 십자가를 가슴 깊이 새기며 성령의 도우심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게 하나 되는 공동체를 굳건히 세워가는 우리가 되기를 굳게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