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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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몬 자손의 왕이 길르앗에 진영을 치고, 길르앗의 자손, 이스라엘의 백성들이 미스바에 진영을 꾸리고 입다를 데리고 왔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입다는 암몬의 왕에게 사자를 보냅니다. 이 전쟁의 명분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12절입니다. "네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내 땅을 치러 왔느냐" 이에 암몬의 왕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13절입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올라올 때에 아르논에서부터 얍복과 요단까지 내 땅을 점령했기 때문이니, 이제 그것을 평화롭게 돌려 달라." 쉽게 말해서 "너희 이스라엘이 출애굽 해서 가나안에 들어올 때에 우리의 땅을 빼앗았으니 이제 좋은 말로 내놔라" 입니다.
이에 입다가 긴 말로 암몬 왕의 요구가 얼마나 근거가 없는 억지인지를 설명합니다. 먼저는 암몬 왕이 제시한 출애굽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와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가나안 땅으로 향할 때, 먼저 이스라엘은 에돔 왕에게 자신들이 지나 갈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하지만 에돔 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똑같이 모압의 왕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데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억지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광야를 지나서 에돔 땅과 모압 땅을 동쪽으로 크게 돌아서 아르논에까지 이릅니다. 이 아르논은 아르논 강의 상류를 말하는 것으로 앞서 암몬의 왕이 언급했던 지역입니다. 입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르논은 모압의 경계이므로 모압 지역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18절)
그리고 이스라엘은 "헤스본의 왕, 곧 아모리 족속의 왕 시혼"(19절)에게 사자를 보냅니다. "우리를 당신의 땅으로 지나 우리의 곳에 이르게 하라" 시혼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지역을 지나가지도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진영을 갖추고 이스라엘을 공격합니다. (20절) 그런데 그 결과는 시혼의 참패였습니다. 21-22절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시혼과 그의 모든 백성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 주시매 이스라엘이 그들을 쳐서 그 땅 주민 아모리 족속의 온 땅을 점령하되 아르논에서부터 얍복까지와 광야에서부터 요단까지 아모리 족속의 온 지역을 점령하였느니라." 이 역시 앞서 암몬의 왕이 언급했던 그 경계 그대로 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입다는 조목조목 암몬 왕의 억지에 반박합니다. 첫째는 이 땅은 본래 아모리 족속의 땅이었다는 것입니다. 암몬과 아모리가 헷갈리실지 모르겠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입니다. 그런데 본래 자신의 땅이었다고 돌려달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입니다. 둘째는 그들의 선공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아모리 족속을 자기 백성 앞에서 쫓아내셔서 그 땅을 차지하였는데, 그것이 무엇이 잘못됐냐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로 24절입니다. "네 신 그모스가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한 것을 네가 차지하지 아니하겠느냐" 고대의 전쟁은 신들의 전쟁입니다. 두 나라가 싸워서 승리했다면 그 땅을 신이 주신 것인데, 너희도 그모스가 승리하게 하면 그 땅을 차지해서 자신의 소유로 삼을 것인데, 이것이 무엇이 잘못 된 것이냐는 설명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입다의 도발이 숨겨져 있습니다. 암몬의 신은 '그모스'가 아니라 '밀곰'입니다. 왜 입다는 밀곰이 아닌 그모스를 그들의 신으로 얘기했을까요? 그모스는 모압 사람들의 신입니다. 그리고 모압은 실상 암몬보다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입다의 주장, 혹은 도발로의 연결을 해주는 연결고리 같은 것입니다. 마치 모압의 하수처럼 암몬을 여기는 것이지요. 25절입니다. "네가 모압 왕 십볼의 아들 발락보다 더 나은 것이 있느냐? 그가 이스라엘과 더불어 다툰 일이 있었느냐? 싸운 일이 있었느냐?" 그런데 발락보다 나을 것 없는 너가 감히 덤비느냐는 것이지요. 민수기 22-24장에 보면 십볼의 아들 발락은 이스라엘이 두려워 저주를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주 대신에 축복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이 "헤스본과 그 마을들과 아로엘과 그 마을들과 아르논 강 가에 있는 모든 성읍에 거주한 지 삼백 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에는 돌려달라고 하지 않다가 300년이나 지나고 난 지금에 와서 그걸 요구하냐는 겁니다. 그리고 입다는 자신의 의지를 다집니다. "내가 네게 죄를 짓지 아니하였거늘 네가 나를 쳐서 내게 악을 행하고자 하는도다. 원하건대 심판하시는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자손과 암몬 자손 사이에 판결하시옵소서." 그러나 암몬의 왕은 입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찾는 명분과 하나님의 명분과는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암몬의 왕은 억지 명분을 만들어 전쟁을 하려 하고, 입다는 자신의 정의로움을 밝히기 위한 명분으로 반박합니다. 사실상 입다가 "왜 내 땅을 치러 내게 왔느냐"라는 물음 자체가 의문입니다. 논리정연하게 말하면 암몬이 설득되어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을까요? 입다의 장황한 답신은 사실상 자신이 암몬의 왕보다 우위에 있음을 밝히려는 것뿐입니다. 입다는 그의 논리에 하나님을 언급합니다. 가령 "하나님 여호와께서 시혼과 그의 모든 백성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 주셨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자손과 암몬 자손 사이에 판결하시옵소서"가 그러합니다. 하나님께서 입다의 손을 들어주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29절 말씀을 보니 "이에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시니" 그리고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를 보면 그러합니다. 그러나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지만, 과연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라는 물음표만 잔뜩 갖게 되는 내용들입니다.
하나님은 스스로가 명분이 되시고, 이유가 되십니다. 그분께서는 하나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이 시혼에게 승리하고, 그 지경을 넓히게 되었을 때도, 모압 왕 발락의 저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하셨을 때도, 하나님의 뜻이 있었을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한참 자격 없어 보이는 입다에게 자신의 영을 허락하신 것도,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신 것도 그저 하나님의 뜻이 그곳에 있었을 뿐입니다. 몇 주 동안 말씀 드리지만, 그 하나님의 뜻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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