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은 조건적인가, 무조건적인가?
《최신 구약 개론》의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레이먼드 딜라드가 한번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말하기를, 사사기에서 역대하까지 역사서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심 질문 가운데 하나는 언약의 본질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언약은 바로 ‘내가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리라’라는 것이다(출 6:7 참조). 여기에 대한 질문은 이렇다. ‘백성들의 지속적인 실패 안에서, 다시 말해 언약의 약속에 준하여 살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백성들이 지속적으로 넘어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언약은 조건적인가 아니면 무조건적인가?’
하나님은 조건적이라고 말씀하실까(“너희가 언약을 깨뜨렸으니, 나도 너희를 끊어내고, 저주하고, 영원히 내던져 버릴 것이다”), 아니면 그분은 무조건적이라고 말씀하실까(“비록 너희가 나를 버렸지만, 나는 결코 너희를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와 함께할 것이다”).
레이먼드는 구약을 세밀하게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때는 하나님이 조건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고, 또 어떤 때는 백성들에게 무조건적이라는 믿음을 주시는 듯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로 이 신비는 역사의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주요 긴장 가운데 하나다. ‘그분의 백성이 그분을 버렸다고 해서, 그분도 그들을 버리실 것인가?’
단순하게 대답했다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어떤 부분을 타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분의 거룩함이 그분의 사랑 앞에 길을 터 주어 그분이 우리 죄를 간과할 것인가, 아니면 그분의 사랑이 그분의 거룩함과 공의에 압도되어 신적 심판의 망치가 떨어질 것인가. 어느 쪽이든 그분 스스로 계시해 온 만큼 진정한 사랑의 하나님도, 또 그만큼 진정한 거룩의 하나님도 아닌 듯하다. 이야기 속에 이 팽팽한 긴장이 보이는가?
이때 예수님이 등장하시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울부짖을 때, 우리는 그 답을 발견한다.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사이의 언약은 조건적인가 아니면 무조건적인가? 그렇다, 둘 다 ‘그렇다’이다. 예수님이 오셔서 조건을 성취하셨고,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실 수 있었다.